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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과학, 철학14

침묵에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편지를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거든요. 특히 이런 중요한 편지는 더더욱 그렇죠. 저는 늘 말이 서툴렀지만, 당신은 언제나 필요한 말들을 제때에, 부드럽게 건네주곤 했죠. 그래서인지 이번 편지도 잘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요. 비록 제 글이 서툴더라도, 이 말만큼은 전해야겠어요. 미안해요, 침묵이여. 당신을 떠나려 해요.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오히려 당신에게서 큰 위안을 받았고,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이 결정이 옳다는 걸 알아요. 그러니 저를 이해해주길 바래요. 그동안 어떻게 이 결심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 몇 달간, 저는 제 안을 깊이 들여다보며 무엇이.. 2024. 11. 7.
무쓸모 지식 릴레이 49일, 7주입니다. 그리고 한 주는 7일로 이루어져 있죠. 그런데 왜 한 주는 7일일까요? 그리고 왜 주말은 연달아 붙어있을까요? 한 주의 7일은 당시 태양계에 속한다고 여겨졌던 7개의 행성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주말의 배치는 19세기 영국에서 일요일은 종교 활동을 위한 날로만 사용됐는데, 오늘날까지 이 관습이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저같은 사람들이 일요일에 너무 편하게 쉬어서, 월요일에 일을 좆같이 하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때 공장주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근로자들에게 약간 더 여유를 주기 위해 토요일도 반나절을 쉬도록 결정하게 됐다고 해요. 그 외에 다른 이론들이 있는데 알아서 믿거나 말거나 시간 날 때 찾아 보셈. 시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간이 이 지구에 살아온.. 2024. 10. 31.
자살 올림픽 프롤로그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바로 '죽음'이라는 개념입니다. 매년 약 5천 5백만 명이 죽는데, 감이 잘 안오죠? 쉽게 비교하자면 매년 미얀마 전체 인구 혹은 스타 디스트로이어 200대 혹은 나뭇잎 마을 688개가 터져서 죽는다고 생각하면 되요. 그리고 일단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축하합니다. 님은 자살 올림픽의 참가자가 되었으니까요 (짝짝짝). 자살 올림픽의 규칙은 아주 간단해요. 1등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살 혹은 죽은 한 사람에게 돌아가죠. 그리고 노무현씨께서 상금 100억원을 우승자에게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물론 이겼다는 것은 디졌다는 거니까, 돈은 님이 직접 받는 게 아닙니다. 가족이나 애인이 받겠죠? 그러니 잠깐 가족을 신경 쓰는 척해 보자고요. 그대신 룰이 있습니다. 죽음은 무적권 사고.. 2024. 10. 13.
항문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 안녕하세요? 항문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이 어떤 나라인지 설명해 드릴게요. 항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도시 중 하나는 철학이라는 도시입니다. 이곳 시민은 주로 마약이나 줄담배를 빨고 논문을 쓰거나, 학회에 참석하거나, 이디야나 카페베네 같은 체인점 카페에서 알바나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죠. 농담이냐고요? ㅋㅋ 아, 들켰네. 사실 철학 시의 시민은 애초에 학회에 초대조차 안 된답니다. (웃음) 자, 이제 '무한 실업 지옥 산맥'을 서쪽으로 넘으면 물리학 시와 수학 시에 도착할 겁니다. 숫자, 정밀함, 그리고 평생 빠구리라는 금욕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의 방문을 추천해 드려요. 근교에는 들릴만한 중소도시들이 있어요. 저는 양자역학 시를 추천하지만, 그곳의 시민은 고양이를 죽이는 걸 .. 2024. 10. 7.
기계는 잘못이 없어 Sun Yuan and Peng Yu 의 Can't Help Myself 현대 예술 작품 중에서 「Can't Help Myself」처럼 기이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작품은 드물다는 입장입니다. 거대한 기계 팔이 무한히 반복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붉은 액체가 끊임없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그 기계는 마치 몸부림치듯 그 액체를 다시 자기쪽으로 끌어모으죠. 하지만 그 움직임에 이질감을 느낄 때에, 관객은 그 기계 팔의 끝없는 노동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액체는 결국 다시 흘러내리고, 그 기계의 임무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무한 단순노동의 굴레에 빠져 버리는 것이죠. 기계에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 인간의 존재가 투영됩니다. 마치 나처럼, 그 기계도 끊임없이 허상을 쫓고, .. 2024. 10. 3.
인류세의 종말은 아니길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시나요? 날씨는 어떤가요? 우주 배경 복사에서 이 메시지를 해독해낸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점점 더 영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 메시지가 당신의 언어로 쓰여 있는지 궁금해하지 마세요.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일 테니까요. 우리는 이제 이 자리를 떠났지만, 당신에게 이 작은 흔적을 남겨둡니다. 당신이 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우주의 파동 속에서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우주 곳곳에, 위아래로 숨겨진 여섯 개의 메시지가 더 있습니다. 오늘보다 더 지혜롭고 성숙해졌을 때, 그것들을 찾아 보십시오. 이 메시지들은 기술적 설계도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단지 초대장일 뿐입니다. 당신과 당신의 후손들을 위한 초대장이죠. 먼저 우리에 대해 조금 알려드릴게요.. 2024.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