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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과학, 철학

항문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by sh1tb1og 2024. 10. 7.
 
 
 
오, 안녕하세요? 항문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이 어떤 나라인지 설명해 드릴게요.
 
항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도시 중 하나는 철학이라는 도시입니다. 이곳 시민은 주로 마약이나 줄담배를 빨고 논문을 쓰거나, 학회에 참석하거나, 이디야나 카페베네 같은 체인점 카페에서 알바나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죠. 농담이냐고요? ㅋㅋ 아, 들켰네. 사실 철학 시의 시민은 애초에 학회에 초대조차 안 된답니다. (웃음)
 
자, 이제 '무한 실업 지옥 산맥'을 서쪽으로 넘으면 물리학 시와 수학 시에 도착할 겁니다. 숫자, 정밀함, 그리고 평생 빠구리라는 금욕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의 방문을 추천해 드려요. 근교에는 들릴만한 중소도시들이 있어요. 저는 양자역학 시를 추천하지만, 그곳의 시민은 고양이를 죽이는 걸 좋아하는 괴상한 취미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뭐 그런 거죠. 수학 시는 또 자기만의 독특한 구역들이 있습니다. P와 NP가 전쟁 중인 지역도 있고, 그냥 선들로만 이루어진 기하학 무인도도 있죠. 몇 시간 차를 몰고 가면 천문학 시에 도착하겠지만, 이곳은 그냥 패스하는 게 좋아요. 마치 블랙홀 같은 곳이거든요.
 
공학도시는 방문하기 꽤 괜찮긴 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최근에는 이바지한 게 별로 없죠. 뭐... 그냥 다리, 댐, 터빈, 3D 프린팅, 비행기, 로켓, 우주 정거장, 석유, 빅 데이터, 엔진, 통신, AI, 전자기기, 그리고 산업혁명 정도? 좆밥이죠?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인문학 강 너머에 있는 문학 시라는 도시의 방문도 추천해 드려요. 러시아 구역을 한 바퀴 걸어보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거기는 경찰서가 엄청나게 훌륭하거든요. 다들 '죄와 벌(토스토예프스키)'에 완전히 빠져 있죠. 미국 구도 나쁘지 않아요. 낮에는 날씨가 꽤 거칠지만,'밤은 부드러워(F. 스콧 피츠제럴드)'요. 한국 구역도 있긴 한데, 왜 문학 시에 속해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갈 것이 분명하여서 큰 기대는 하지 마시구요.
 
동쪽으로 몇 킬로미터 가면 역사 도시가 있어요. 시민의식이 나쁘지는 않은데, 과거에 너무(심각하게)(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죠. 예수, 김대중, 무함마드, 박정희, 이토 히로부미 등등 인제 그만 좀 놓으시길, 알겠죠? 언어학 도시는 현재 ‘잼민어 과민성 증후군’이란 병이 돌아서 출입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이제 지하로 내려가 볼까요? 조금 심연으로 가면, '젠더 스터디 동굴'이 나옵니다. 그쪽 사람들은 ‘특권 자각제도’를 실시하는데, 사회적, 경제적, 인종적, 성별적 특권을 꼬박꼬박 점검하고 재촉하는 걸 좋아해요.
 
심리학 시는 꽤 주목받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추천할 만한 지역은 '오이디푸스 렉스(Oedipus Rex) 구역'인데, 이곳에는 MILF~할카스 사이의 여성들이 많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스키너(Skinner) 섬'이 있는데, 이곳에선 행동에 주의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밀그램 구역'도 존재하는데, 이곳은 심리 실험과 관련된 곳으로, 시험체가 되는 경험을 원치 않는다면 가는 것을 피하세요. 전체적으로 심리학도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로운 장소임과 동시에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의학 시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다가 오히려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잦은 곳입니다. 의도는 좋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곳이죠.
 
법학 시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법학 시의 명소는 대법원인데 이곳에 꼭 들르고 싶으시다면, '소송대로'에서 왼쪽으로 꺾고, '민사법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가사소송법 길'을 따라 쭉 직진하면 됩니다. 그러면 시청에 도착했을 때, 자신은 이미 파산한 개씹새끼이며, 이제는 전 배우자가 된 사람의 변호사에게 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 부닥쳐 있을 것입니다.
 
아 ㅋㅋ 맞다. '무한 실업 지옥 산맥'을 넘어, 영화학 도시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공연예술구역을 방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그곳 주민은 사랑스럽지만, 정말 모든 일에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홍대에서 술 마시다 다 같이 객사한다는 결말이 참 재밌죠. 평균 수명이 왜 짧은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항문 국의 지질학 시는 꽤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최상단에는 학부생들이 있고, 그 아래층에는 심각한 지질학적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원생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사과정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끊임없는 스트레스 상태에서 인간 용암으로 변해버렸죠. 퇴적함의 인간화를 보고 싶다면 꼭 이 곳에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아 물론 이곳의 위치도 '무한 실업 지옥 산맥'근처에 있기에, 이곳 주민은 대부분 고향과 전혀 상관없는 패션업 구역이나, IT 국으로 이사 갔을 확률이 높아요.
 
자 어떤가요? 직접 항문국 방문해보시겠어요? 저도 그냥 전공과 상관없이 이곳에 이민 와 있을 뿐인데, 벌써 9년이나 갇혀있어요. 어? 제가 갇혀있다고 했나요? 사실 그건 아니고,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뜻이에요. 아, 꾸준한 성생활을 중요시하신다면, 항문국 어느 도시에 가도, 그런 건 없다는 게 이곳의 암묵적 약속이랍니다. (웃음) 공부나 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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