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타협하였습니다.
매일 집을 청소하고, 이젠 당연하게도 대마초 덩어리 대신 캐모마일 차를 마시곤 합니다. 캔과 병을 분리하고, 재활용하고, 심심할 땐 딸 잡는 대신 샐러드를 먹습니다. 낮이 아닌, 아침 일찍 일어납니다. 이상한 변화, 인정해야죠. 보헤미안이 되려던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삽니다.
물론 그립습니다.
젊은 날의 무한한 방종의 기쁨이 말이죠. 술 마시러 나가는 일 외엔 아무 의무도 없던 그 기쁨. 케타민과 시리얼만 먹고 일주일을 버티던 그때, 영양소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그때를.
외계인처럼 바라봤습니다.
젊었을 땐, 나이 든 이들이 다 이상해 보였습니다. 오늘날의 나만큼 늙은이들. 그들의 삶은, 게으름이 ‘물리적인 무엇’이라 해도 그것보다 훨씬 지루해 보였었죠. 주말엔 집에 틀어박혀 있고, 세금 신고 마감만 기다리는 따분한 삶. 전 그들이 여유를 포기했단 걸로 착각했습니다.

막상 겪어보니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일주일이 힘들었다고 생각하며, 토요일엔 데이트하고, 캐비지 롤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거. 그리고 깨닫습니다, 아, 오늘이 토요일이네? 난 어른이니까 오늘은 하면 되겠네.
35살의 내가, 감정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만날 때에도, 잠깐 당황하더라도, '아, 난 어른이지'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스스로 해결합니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리고 기분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수용력의 차일까요.
더 많이 듣고, 덜 말하려고 노력하고, 세금도 잘 내고,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부드럽게 말하는 법도 터득했습니다. 가끔은 머릿속을 점검하고, '생각이 복잡해. 내면의 정신 건강 전문의와 대화하고 싶어' 스스로에게 말하고 스스로 타협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날이 왔습니다.
침대 정돈을 배웁니다.
그리고 침대가 깔끔하게 정돈된 게 더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집에서 담배를 태우지 않습니다. 강제긴 해도, 삶의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아직 이 길을 따라 오는 내가 남아 있다면,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 왔으면 합니다. 금요일 밤, 서른셋 즈음엔, 술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아무 경고나 소란 없이 깨닫기를. '이제야 내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아.'
자아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원하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생명체. 그리고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도, 상처가 되면 그걸 놓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만약 어느 날, 이유 없이 헬싱키를 꿈꾸기 시작한다면, 그건 그냥 나온 게 아니니, 어쩌면 가봐야 할지도 모른다. 매번 새로운 것을 찾으면 됩니다.
혹시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그냥 여기에 있으려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과 가까이에 있으려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기쁜 날이라고, LSD로 도망가는 대신, 과음하는 대신, 물을 자주 마시고, 사랑에 빠지는 일이 2분 만에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에게 귀 기울이지 마시길.

삶은 분명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이유 없이, 멋진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늙어가는 건, 예기치 못한 만족을 얻기 위해 지불하는 작은 대가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장한다는 게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자존심은 겸손해지고, 생각은 덜 걱정스러워지고, 건강은 잃어가겠지만.
이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발 끈을 묶어주고, 도시락을 싸주고. 다만, 아무리 성숙해지려 노력해도, 당근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 당근을 먹는다고, 양자 중력을 풀어내는 공식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기후 변화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아무리 나를 설득하려 해도, 당근은 싫습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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