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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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얼마나 기적적인지, 그리고 이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생각해보세요. 비록 그 시간이 짧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가끔 인생을 낭비하고 있거나, 혹은 혼자 외롭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성관계나 자기위로의 행위가 아닌, 바로 꾸준히 주기적으로 맛있는 황올을 먹는 것이죠. 동의하시나요? 맛있죠?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것이 어떻게 당신의 똑똑하고 복잡한 뇌에서 맛으로 변환되는 걸까요? 물론, 그건 당신의 혀와 코 덕분입니다. 혀에는 수천 개의 미뢰가 있는데, 각각 약 50개의 미각 수용체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맛에는 다섯 가지 기본 요소가 있는데,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이라고들 하죠. 감칠맛은 기본적으로 짭조름한 맛을 의미하며, 녹차와 표고버섯이 그 좋은 예입니다. 하지만 맛을 느끼려면 혀뿐만 아니라 코도 필요합니다. 코에는 후각 감각 신경세포가 가득 차 있는데, 다양한 냄새가 이 세포들을 자극합니다. 어쨌든, 황올의 맛과 냄새에 대한 정보는 당신의 입과 코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되어 뇌, 특히 미각 및 후각 피질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결국 당신이 "와!! 황올은 존나 맛있다!"라고 느끼게 되는 거죠. 쉽죠? 그렇지만 황올에 대한 화학적 정보가 컴퓨터 데이터처럼 당신의 눈앞에 스크롤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감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과학의 난제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아직 물질, 화학, 그리고 튀긴 닭고기가 어떻게 전기 신호에서 개존맛탱, 즉 마음속에서 느끼는 황올의 경험으로 변환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이것을 바로 "의식의 어려운 문제(The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오늘, 이 문제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라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경험의 감각을 퀄리아(Qualia)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어떤 것을 느끼는 것"이죠.
무슨무슨 치킨이 어떻게 맛있으며, 오렌지가 어떤 주황색으로 보이고, 신음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예를 들어, 일몰을 생각해보세요. 좆노잼 이과식으론 그냥 전자기 스펙트럼의 파장이라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약 600나노미터 정도의 파장이죠. 하지만 인간의 눈은 그 파장을 정보로 바꾸고, 뇌는 그 정보를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그리고 예쁘다는 경험으로 변환시킵니다. 당신이 보는 그 색깔 자체가 바로 퀄리아인 셈이죠. 가지의 보라스러움, 넣을 때의 따듯함, 황올의 맛있음, 배탈의 속쓰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들이 바로 경험의 요소인 퀄리아입니다.
이제, 색을 볼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들에게 가지의 색깔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남색에 빨간색을 조금 섞은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소용 없을 겁니다. 애초에 그 사람은 남색과 빨간색의 경험이 무엇인지 모르니까요.
아스파라거스를 먹은 후에 화장실에서 한 번 싸고(작은거) 역겨운 냄새에 기절할 뻔한 적이 있나요? 없어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아스파라거스 대사산물을 감지하는 유전자가 없습니다. 정말 운이 좋군요. 왜냐하면 아스파라거스 찌링내는 아주 끔찍하기로 유명하거든요. 현재 밝혀진 바로는,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만이 그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당신이 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 냄새가 어떤 고약한 씹새끼인지 죽을때까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스파라거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소변 효과를 연구하고,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될 가능성은 절대 없겠죠. 이렇듯 인간의 삶에 있어서 퀄리아는 절대적입니다. 어떤 특정한 색을 본 적이 없다면, 특정한 맛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심지어 넣어본 적이 없다면, 그 무엇에 대해 아무리 10^1000개의 유려한 설명을 읽어도, 그건 절대 퀄리아가 될 수 없습니다. 묘사와 경험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우주나 마찬가지인걸요.
감성 좆박은 이과적 관점으로 보면, 아스파라거스의 소변 냄새, 보라색, 탁탁/철퍽/찌걱하는 소리, 혹은 얼음의 차가움 같은 것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든 머릿속 바깥의 실제 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화학 물질, 전자기 복사의 파장, 공기 중의 진동, 그리고 비교적 낮은 에너지를 가진 원자들뿐일 겁니다.
보라색이라는 색깔 자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뇌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덧씌운 여러 겹의 가림막 중 하나일 뿐이죠. 만약 뇌가 단순한 전기화학적 고기 컴퓨터라면, 어떻게 전기 신호가 경험으로 변환될 수 있을까요? 황올의 고소한 맛으로, 일몰의 주황색으로, 혹은 아스파라거스가 사탄의 냄새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이것이 바로 의식의 어려운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기적적인 세계와 그 속에서 제공되는 독특한 경험들을 계속 탐구해 나가길 바랍니다. 항상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이기에, 이러한 난제를 탐구하는 여정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서, 존재의 방식과 그 의미와 깊이를 느끼는 과정임을 인식하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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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는 쉬운 문제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시각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키는지, 혹은 정보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같은 것들이죠. 쉽게 설명하자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탐사를 떠올려보세요. 비록 최고 과학자도 지금은 물음표 6974개 띄우며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지만, 이런 복잡해 보이는 것들도 충분한 “상상력”과 “기술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언젠가는 해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에게 많은 양의 LSD와 커피, 그리고 지속적인 찬사와 응원을 줘야하지만요.
반대로, 의식의 어려운 문제들은 매번 크리티컬 난제로 간주됩니다. 현재 인간의 기술로는 이것에 대한 합리적인 답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죠. 뇌가 어떻게 핑X의 색을 정보로 변환할까요? 왜 핑크색이면 더 강렬하고 특별한 경험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요? 도대체 왜 전자 에너지가 색깔, 소리, 그리고 경험으로 바뀌는 걸까요 등등.
그래서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인간은 21세기에 가장 똑똑한 탄소 생명체로 살면서 현실의 구조를 연구하고, 시공간의 곡률, 혹은 아스카 키라라가 짝짓기한 품번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음에도, 이 방대한 자연 세계관 속에서는 알지 못하는, 어쩌면 평생 알 방법조차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과학계가 그래도 꽤 잘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몸이 물리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불쾌함 또는 불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간질이나 여러 기분 장애가 감마 뇌파 패턴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필력이 개쩌는 야설 팬픽을 즐긴다면, 대뇌가 그 텍스트를 이미지와 경험으로 처리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이렇게 과학은 특정한 정신 상태와 관련된 뇌의 영역과 그 상관관계를 많이 알아냈지만, 여전히 퀄리아와 의식의 메커니즘을 설명해주진 못합니다.
당신의 뇌는 복잡한 입출력 슈퍼 네트워크입니다. 그래픽, 오디오, 병렬 처리, 저장 기능 등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죠. 분명히 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단순한 계산만이 아니죠. 현존하는 모든 AI 랭귀지 모델도 정보 조작은 잘하고 뭔가 의식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줄 때도 있지만, 인간이 정보를 경험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실리콘 베이스의 정보처리 보단 단순한 고깃덩어리의 정보처리가 경험에 있어선 한 수 위라는 뜻이죠.
이와 관련된 이론 몇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범신론(Pantheism): 의식이란 어쩌면 우주 전역에 분포된 물질의 근본적인 특성이며, 뇌는 이것들을 어떤 개쩌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통합정보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아니면 단순히 충분한 정보를 올바른 방식으로 통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조화객관환원이론(Orchestrated objective reduction): 어쩌면, 의식이 단지 환상에 불과하고, 당신이 '나'라고 느끼는 것이 이미 뇌가 할 일을 결정한 뒤에 즐기는 부차적인 활동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퀄리아와 의식을 설명하려는 것은 청양고추 30개를 먹고 난 다음 날 아침에 경험하는 고통의 배변활동과 비슷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아무리 정교한 설명이라도 결국 물질에 대한 물리적 해명일 뿐이지 ㄹㅇ로 알고 싶은 것은 어떻게 “물질이 경험으로 변하는가”겠죠.
당신은 우주의 어디서나 발견될 수 있는 원소들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로 이루어진 주제에, 이 원소들이 모여 자신을 구성하지만 동시에 지성체인 것을 인지하고, 경험을 느끼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우주로 만들어졌고, 그 우주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음식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어려운 의식의 문제는 도처에 널려있습니다.